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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봉건적 의료법의 혁파로 코로나를 넘자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작성자 홍보
2021.08.23
조회 11009
[기고] 봉건적 의료법의 혁파로 코로나를 넘자

김종호 호서대 교수, 법학박사


페스트(La Peste)는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쓴 소설이다. 카뮈는 자신이 태어난 알제리의 오랑시를 무대로 한 소설 ‘페스트’를 집필했다. 인구의 3할 이상이 흑사병에 의해 사망하는 곤경 속에서 단결하는 시민들을 그려 무자비한 운명과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관계와 부조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흑사병 대유행과 도시 봉쇄의 모습을 멋지게 그려낸 명저로 작금의 코로나 창궐 상황을 상상하게 한다.

현재 간호법이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퇴치를 위한 필사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입법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서 의사협회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그 논거로서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보건정책을 모든 의료인에게 일관되게 적용하기 위에서 의료법 내에 간호사 관련 규정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간호법이 단독 입법으로 성립되게 되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커지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의사들의 입장에서 간호사들을 자신들의 휘하에 두고 예속시키려는 직역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간호법의 성립으로 의사들이 더 이상 간호사 위에 군림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다음은 간호법이 사실상 간호사에게 독자적인 의료 행위를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논거는 법안을 오해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의료에는 의사의 영역이 있고 간호사 영역이 있다. 의사들은 간호사의 모든 행위를 의사의 의료행위의 부분집합으로 보고 간호사는 의사의 수족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독자적인 간호영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게 된다. 간호사도 분명히 의료인으로서 간호행위라고 하는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호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의사의 손발처럼 생각하고 의사의 보조행위에 불과한 행위로 해석을 한다면 영원히 간호사는 독자적인 간호행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의사 입장에서 스스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간호사 대신 의료인도 아닌 단순 보조 행위만을 수행하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들의 이기심의 발로로 간호법 반대논리로 인정할 수는 없다. 정당한 급여,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제대로 교육받고 자격을 갖춘 간호사를 고용해서 의료의 질을 높이려는 생각을 해야지 단지 자기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임금의 간호사보다는 저임금에 간호조무사를 고용한다는 논리는 직역이기주의의 고백에 다름 아니다.

간호사의 법적 규제를 의료법 안에서 규정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논리 또한 이들을 계속 의사들의 지배하에 묶어 두고 끝없이 자신들의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봉건적이며 협량한 요구일 뿐이다. 또한 간호법이 의료관계법의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한국을 제외한 구미 선진 각국의 모든 나라를 살펴봐도 간호법이 의사법인 의료법과 합쳐져 있는 법체계를 가진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오히려 독자적인 간호법을 갖추고 있다.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 제공 주체를 의료기관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간호의 독자적인 행위영역을 부정하는 것으로써 법안의 목적이나 입법의 의미를 곡해하고 있다. 어찌 간호법이 단독법으로 제정된다고 해서 보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고 호도하는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법무사, 공인중개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기타 변호사 유사 직역의 전문자격사들도 모두 단독법을 갖고 있지만 변호사들의 업무를 침해하거나 그들과 업무상 충돌이 있다고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간호사들을 자신들의 틀에 묶어 두고 항구적으로 지배 조종하려고 하는 봉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코로나 감염병으로 우리의 보건환경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는 신종플루이기 때문에 완벽한 백신이나 치료방법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인류 최대의 위기로 알려져 있다. 간호사의 간호행위 없이는 코로나를 극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70년이 넘도록 의사법에 발이 묶여 간호행위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의 의료법 내 존치는 의사에 대한 예속이요 까뮈가 말한 것처럼 부조리이다. 이번에는 간호법이 반드시 국회의 문턱을 넘어 빛을 보기를 소망한다.

출처 : 투데이충남(http://www.todaychungnam.net)